제주 돌집 소락, 시작은 두통이었어요. 벼락두통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머리를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극심한 두통요. 전에도 힘들때는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엇지만 그때처럼 심한 적은 없었어요. 진통제도 먹고, 명상도 해보고 미친듯이 달려도 보았지만 두통은 멎지도, 잦아들지도 않았어요. 응급실에 달려가 진통제주사를 맞아야 겨우 참을만했죠 한주사이에 몇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가고 나서야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려놓자, 내가 움켜쥐고자 한게 정말로 중요한 거였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했죠. 그리고 여기, 제주로 떠났어요.
소락을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두통에서 시작된 건강문제가 테니스앨보, 근육통, 하지정맥류등 머리에서 사지로 뻗어나가 어쩔 수 없는 병자꼴을 하고 인터넷에서 발견한 서까래돌집을 실제로 보려고 추적추적 비내리는 날씨에도 낯선 돌집바깥을 기웃거리다 집안으로 들어왔어요. 대문에서 중문으로 가는 꽤 긴 골목에 밭과 경계돌담이 있었는데, 돌담너머 숲을 보며 잠시 비를 피하던 때, 그때가 바로 '운명적 순간'이었죠 . . .돌담저편의 숲이 집과 밭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마치 숲의 정령이 이집과 이집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줄 것 같았죠.
여기서라면 나도 안식을 얻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좁아서 차가 들어올 수 없다거나 주차장이 별도로 없다는 것 따위! 는 그때 얻은 위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사겠다는 문자를 날렸고, 그후로는 오로지 직진! 만 있을 뿐이었죠
소락은 안거리와 밖거리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제주 농가주택이예요. 안거리는 18평, 밖거리는 10평이 조금 안되는 작은 공간이죠. 대문이 북향이고 마당이 남향이라 중문을 지나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어 마당에서는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신경쓰지않게 독립되어 있어요. 전주인이 10년 가까이 거주했는데 이사전 옛날집을 꽤 많이 손보고 들어오셨대요. 수도, 배관, 보일러같은 기본설비는 괜찮았고, 온수와 난방도 문제는 없어보였어요. 마당에는 나무가 많았어요. 옆집이 안보일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했고, 마당 한켠에는 나무평상같은 큰 데크도 있었죠, 이전 주인이 자쿠지를 만들다가 실패한 것을 남편분이 나무로 덮어두었다고 하더라고요. 마당의 1/4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꽤 높기까지한 나무데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었죠. 게다가 나무데크를 둘러싸고 소나무와 동백, 그리고 국화까지 꽤 많은 식물들이 있어서 자연스럽지만 어수선한 풍경이었어요.
안채는 제주 돌집치고는 천정이 꽤 높고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놓아서 꽤 운치있는 골격을 가지고 있었죠. 안주인이 제주의 상징인 감귤색인 주황색상을 좋아해서인지 싱크대, 벽돌, 드레스룸까지 모두 감귤색이라 강렬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눈이 아찔할 정도였죠. 그래도 화장실이 두개인게 너무 다행이었어요.
밖거리는 한달살기로 임대하는 원룸과 주인아저씨가 취미방으로 쓰는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6-7평되는 원룸안에 화장실, 싱크대, 침대가 꽉 차있어서 좀 답답해보였어요. 전체적으로 나무 루바로 마감하여 깔끔하기는 했으나 예전 유행이어서 업댓이 필요해보였죠. 게다가 화장실과 현관사이에 벽채가 있어 어두웠고, 창도 하나뿐이라 채광이 부족해서 어둡고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살짝 났었어요. 이전에 외양간으로 쓰던 공간이라 벽채도 얆아 단열도 보강해야했고, 무엇보다 천정이 낮아 답답한 느낌이 었었어요
전주인이 집을 지어 이사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소락의 탄생을 준비했지요. 안거리와 밖거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디에 내가 거주하고 어디를 세를 놓을 것인지, 공사업체는 어떻게 선정하고 법적인 문제나 설비적인 문제는 없는지, 리모델링의 규모는 어느정도로 할 것이며, 비용은 얼마나 준비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알아보고 수정하고 다시 계획하는 일을 꽤 반복했어요.
토지와 건물의 경계를 확인하고 세를 놓기위한 민박조건도 알아보고 밖거리를 어느정도나 손볼것인지, 아님 허물고 다시 지을것인지도 알아봤죠
생각같아서는 싹 허물고 다시 짓고 싶었어요. 작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치지만 않았어도..ㅎ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자재값이 너무 올라버린 거예요. 인건비도 마찬가지고. .
건축박람회에서 초소형주택을 보면서 이리저리 생각을 돌려봤지만, 제주도라는 섬까지의 자재수급이나 운반비용의 문제까지 생각하니 답이 안나왔어요.
그럼 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죠. 기존 벽체나 화장실등 설비를 유지시킨 상황에서 채광이나 단열, 천정높이, 수납공간등의 급한 문제만 해결하자, 가능한 선에서 답을 찾자 싶었죠
리모델링업체와는 5-6군데 견적을 알아봤어요. 창호, 싱크대, 철거, 마당공사, 바닥, 차양공사까지, 처음에는 공정별로 전문인력을 섭외해서 맡길 생각이었어요. 모두 한 업체에 맡기는 턴키방식보다는 힘들지만 공사비용을 줄일수 있다고 해서요. 창호업체만 7-8군데, 싱크대 6군데, 마당공사 5군데, 차양 4군데, 화장실 5군데, 마감재, 목공등등 수십군데 견적을 본거죠. 엑셀에 공정별, 업체별로 정리해서 공사감을 익히고 금액을 조율해가기 시작했어요. 견적만 한달이 후딱 지나갔어요.
근데 진행하다보니, 힘이 드는 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어요. 제일 먼저 정한건 창호업체였는데 목공업체가 다르다보니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거예요. 일정을 맞추기 힘이 들고 공정이 맞닿아있는 경우, 책임소재때문에 서로를 견재하고 의견의 합의를 보기가 힘들었어요. 시작이 이럴진대 다른 공정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보듯 뻔했죠. 이쪽 경험이 일천한 제가 노련한 그쪽 사람들을 설득시키거나 잘 핸들링할 자신도 없었구요. 결국 직접 공사전반을 감독하고 공정별 전문업체를 선정하려던 계획을 접었죠. 거의 턴키처럼 한 업체를 선정하여 대부분을 맡기고 싱크대를 포함한 가구나 마루바닥, 마당공사등만 따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토지경계확인때부터 가장 많이 소통한 인테리어회사 지인과 계약을 하고 일주일뒤인 5월초부터 공사에 들어갔지요
안거리에 있는 두개의 욕실중 한개에는 욕조를 설치하고 바깥풍경을 볼 수 있는 큰 창을 냈어요. 반신욕을 하면서 바깥의 자연을 보는 호사스러움을 누려보고 싶었어요. 창없는 아파트욕실의 답답함을 주택에서까지 반복하고 싶지 않았죠.
짐을 들어내고 거실창을 뜯어낸 모습, 전에는 워시타워부근에 창이 하나 있었는데, 창위치가 어중간히 벽면에 얹혀져있는 꼴이어서 바람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 벽돌을 쌓아서 창을 없앴죠(2열 2째 사진)
창이 작으나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했었지만, 겨울철 단열문제가 있어서 막았어요
2열1째사진은 싱크대를 뜯어낸 주방모습이고 아래쪽은 거실쪽 화장실의 타일을 제거한 모습예요
안거리 신발장부분의 벽면의 노후화가 심해서 벽면을 모두 잡고 있는 모습.
안거리는 중문을 달았는데, 한옥분위기에 맞는 중문을 심사숙고해서 주문했던만, 엉뚱한게 달려있는걸 봤어요ㅠㅠ 인테리어 쪽에서 같은 회사 (영림도어) 비슷한 모델로 착각하고 시공해 놓은 걸 당일 저녁에야 알았어요. 웬만하면 참고 가려했는데, 이 중문은 집의 얼굴이라 못참겠더라구요. 결국 재주문 들어가서 다시 달기는 했으나 , 워낙 비싼 중문이라 업체에서 손해를 꽤 떠안은듯해서 미안하기도 했었죠.
안거리 옷장 시공하기 전 모습이구요. 옷장은 나중에 주문했는데 사람들이 중문을 열고 들어와서 코트나 곁옷을 바로 걸어둘 공간이 있었으면 헸어요.
안거리는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서 창호와 싱크대, 도배와 바닥같은 마감만 하면 되는데 비해 밖거리는 천정, 벽채, 창만들기등 해야할 일이 많았어요. 일단 천정고를 높이기 위해서는 천정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아야했기에 뜯어봤어요. 오래된 나무눈 검게 변색되어 있었는데다 서까래로 쓴 나무들이 가늘고 휘어져있는등 볼품이 없었어요. 결국 가로 대들보 한개만 남기고 모두 마감재속으로 감춰버리기로 했죠. 그전에 물론 천정단열했지요
왼쪽 사진은 천정단열과 모양을 잡아주기위해 목공을 덧대는 작업을 하는 중이예요
채광을 위해 창을 크게 키우고 남쪽에는 벽을 뚫어 새로 창을 냈어요. 역시 남향이라 밝네요. 창 위아래로는 싱크대가 들어설 예정이에요
벽채단열을 위해 목공으로 벽채를 잡고 방수/단열지로 감싼후 폼보드지를 채워넣을 준비중예요
작은 방을 연결해서 밖거리를 두칸짜리로 확장하고 침실쪽에는 벽면에 붙박이가구와 마주편에 편백황토침대를 짜서 넣으려고 해요. 인터넷은 기본인데, 단자함 높이가 어중간해서 결국 침대헤드를 포기해야했죠.
천정공사를 마무리하고 벽채 단열보드작업도 하고, 겨우 하나 뺀 천정기둥이 그럭저럭 괜찮아보여 다행이예요
밖거리 창을 내고 벽두께를 봤더니 겨우 벽돌한개씩을 쌓아서 만든 벽이라 얇아요. 따뜻한 제주도라서 벽채가 이런걸까요. 그나마 벽채 단열보드를 했으니 앞으로는 좀 낫겠죠?
마당 한편을 차지하고 있어 보기싫었던 나무데크는 치우기로 마음먹었어요. 데크위를 뎦고 있던 방수합판은 필요하신분이 떼가고 안을 들여다보니 맙소사, 자쿠지를 만들려고 했다는데 안에 만들다 만 수도배관이랑 시멘트, 돌들이 엉켜붙어있어서 처리가 쉽지않을것 같았어요
철거하시는 분도 손을 대지 못하고 가버리시고 나중에 인테리어 감독하시던 분이 함마와 드릴로 직접 깨부수며 치우다가 더위와 과로때문인지 쓰러지셔서 며칠동안 작업을 못하기도 했지요ㅠㅠ
나중에는 제가 함마를 들고 내리쳐서 깨기도 했는데 땀이 비오듯 흐른 보람도 없이 작업진도가 안나가는 거에요. 나중에 인테리어쪽에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를 알바로 투입하기도 했지만, 맨손에 보호장구도 없이 작업하는게 너무 위험해 보여서 그만 하시라고 하고 안깨어지는 부분은 나중에 돌의자를 만들기로 했어요. 마당을 전체적으로 정리할때 돌로 바닥을 깔고, 함께 돌의자도 만들려고요.
돌무더기가 마당에 잔뜩 쌓였어요. 어디서 이런 돌들이 나왔는가 싶을 정도로요. 대략 난감해 있을 즈음에 두분이 추가로
투입되서 돌을 담장쪽으로 치워주고 가셨어요.
마지막 사진은 밖거리 뒤편 담장앞 공간인데 이전에는 구름비나무와 덩굴들이 정글을 이뤄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수 없을 정도였죠. 팀장님이 낫을 들고 길을 내어 주셨어요
덕분에 화장실창문에 드디어 햇빛이 들어오게 됐어요. 싱크대위 창문을 통해서도 하늘을 볼 수 있게 됐구요. 역시 사람사는 곳은 사람손이 가야하는구나 싶었죠
여기는 나중에 제가 부서진 돌판을 주워모아 길을 만들고, 작은 식물들도 배치했죠
마당은 인테리어팀과 따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경험도, 예산도 달랑거려서 고민이 많았어요. 깨끗하게 쓸려면 돌데크를 깔고 잔디밭 중간중간에도 제주석을 박아서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게 좋겠더라고요. 들어오는 입구쪽 밭경계 돌담도 중간에 무너져있어서 다시 쌓는게 필요했구요. 어떤 분은 이대로도 괜찮은데 뭐하러 마당에 돈을 들이냐? 고 하셨지만, 그전에 멋모르고 잔디밭위에 놓인 나무테이블에 앉았다가 잔디에서 올라오는 풀벌레와 모기한테 마구 물린 경험이 있는지라 이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죠. 마당에서 불멍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나무데크보다는 돌데크가 안전하게 느껴졌고요. 어쨋거나 남의 손을 빌려야 할 문제였어요. 돌덩이 하나 하나의 무게가 어마어마했거든요.
몇분을 소개받아 견적을 받아봤어요. 문제는 돌을 나르고 석분이나 모래를 집안으로 가져오기에는 집앞쪽 골목이 너무 좁다는데 있었어요. 1톤트럭이 겨우겨우 지나다닐만한 골목인데 무거운 돌을 나르는 트럭들은 다들 커서 골목에는 들어올 수 없고, 크레인을 부르기에는 규모가 작았어요. 사람이 골목입구에서 수레로 나르려면 품이 너무 많이 들고, 견적하러 오신분들도 고개를 흔들더니 제시한 가격은 어마어마했죠. 결국 대안은 돌과 모래, 석분들을 모두 제가 주문하고 트럭운송료, 지게차비를 내고 돌작업하시는 분들께는 하루 일당을 드리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작업이 며칠이 걸릴지 몰라서 변수가 많기는 했지만, 소개받아서 진행하는 일이라 일단 믿고! 시작하기로 했지요
제가 소개받은 분은 50대후반분이었는데 작업날 함께 오신분들이 연세가 너무 많아보이는 거에요. 돌이 무거운데 얼마나 힘을 쓰실수 있을까 걱정되는 상황이었죠. 폭염주의보가 발생할정도로 무더운 초여름, 마당에서 둘이서 들어야 겨우 들리는 무거운 제주현무암을 오직 사람힘으로 해야하는 돌작업이라. . 지켜보는 제가 안쓰러울 지경이었지만, 작업일정이 있는지라 독려하며 진행해갔죠. 돌담전문가들이셨지만, 온몸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해나가셨죠. 저도 하루에 일당만 백만원이상씩 나가는 상황이라 되도록 빨리 작업을 마쳐야 하는 사정도 있었죠. 생각보다 돌 깔 곳은 많았어요. 대문에서 중문까지 들어오는 길, 잔디마당 둘레, 북편 정원앞등등...전문가분이셔서 돌하나를 깔아도 그냥 툭 집어 던지는게 아니라 땅을 파서 작은 돌들을 모두 집에 내고 모래와 석분을 충분히 깐후 제주석을 앉히고 주변을 다시 석분으로 까는등 나중에도 흔들리거나 빠지는 일이 없도록 밑작업을 충분히 하시느라 생각만큼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못드는 큰돌 작업만 그분들께 맡기고 한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돌들은 제가 모두 깔았죠. 제가 깐 것은 밑의 잔돌작업을 충분히 하지않아서 덜컹거리거나 했지만, 뭐, 그건 제가 한거니 컴플레인을 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작업자분들도 제가 구슬땀을 흘리며 서둘러 일들을 치워내자 눈치가 보였는지 작업속도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 몸을 사리는 편이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면 여기 내려오게 된 것도 다 그놈의 성격때문인것 같기도 해요ㅠ
나무데크를 치우고 안에 박힌 돌들위에 돌의자를 만드는 일도 생각은 쉬워보였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어요. 사람이 앉는 곳이기때문에 다리가 돌에 닿아서 상처가 나지않으려면 모두 납작하게 다듬어야 했기때문이에요. 준비한 돌들은 모양이 제각각이라 네모납작하게 쓰기 좋은 돌들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돌들은 사실 너무 인위적이어서 별로 이쁘지도않고요. 돌들 하나 하나를 모두 다듬어 가며 의자를 만들다보니 4분의 작업자가 온종일 걸리겠더라고요. 카페나 펜션에 있는 돌테이블이나 돌의자 작업비가 왜 그렇게 비싼지 실감이 나더라고요. 작업현장에서 흘리는 저 분들의 땀방울을 보지않고서 비용만 가지고 왈가왈가 할게 못되는거죠. 우린 완성작만 보지 과정을 볼 일은 별로 없잖아요.
어쨋거나 돌데크를 만들기위해 바닥을 평탄화하고 현무암을 모양좋게 앉히고 돌사이에 시멘트를 붓고, 말리고, 그 사이에 마당에 돌을 깔고 하는 일은 생각보단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어요. 작업첫날은 포크레인으로 집 옆 밭을 갈았고, 사실 이건 제 밭은 아니지만, 땅주인에게 텃밭농사를 지어도 좋다는 반허락을 받아뒀었죠. 사실 집공사 시작할 때부터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싶어서 안달을 내고 있었지요. 씨뿌리는 시기를 놓치면 올해 농사는 못짓는 거니까요. 그래도 일이란게 순서가 있는 법이라 마음대로 기계를 들이거나 작업을 할 수 없어서 마당공사시작할때까지 미루고 미뤘죠. 드디어 작은 포크레인이 들어오고 어른 허리춤까지 올라오던 잡초들이 싹 정리되는 순간이 오긴 왔어요~ 역시, 농사도 장비빨!이었어요.
그 땅은 근 10년동안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어서 완전 덤불숲이었죠. 전주인이 너무 숲이 우거지자 한쪽에 유채씨앗을 뿌려놓아서 올봄에는 눈부시게 노란 유채꽃을 바로 옆에서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댔어요. 근데 화무십일홍이랫나요? 한 2주 반짝 이쁘더니 다시 덤불숲으로 돌아갔어요. 아깝지만 여기도 정리들어가야죠. 밭을 둘러싼 퐁낭(팽나무)과 구름비나무를 제외하곤 모두 ]
싸악 갈아엎었어요. 집앞에 서있는 팽낭이 얼마나 큰지 근 100평 남짓되는 밭 저쪽 끝까지 뿌리가 뻗어 포크레인 날이 잘 안들어갈 정도였대요. 음...농사가 가능할까 염려됐죠. 어쨋거나 이왕 빼든 칼인데 뭐라도 해봐야죠~
마지막날은 무너진 돌담까지 쌓아올리고, 근 한시간을 초과근무를 하고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나흘만에 집안팎이 변신했죠
이렇게 돌이 깔렸어요
요건 마당 돌깔기전에 작업자분들께 이렇게 그려서 부탁드린 거예요. 말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 보여드리는게 서로 착오가 없을 것 같았죠. 그땐 열심이 머리를 굴리며 정원디자인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 사용하다보니 이런저런 미비점들이 보이네요. 아효...담에 한다면 더 잘해낼껄 싶기도 하구요
욕실이야기를 하자면요. 욕실은 단순히 몸을 씻거나 배설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지요. 욕실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공간이예요. 사람들은 배설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욕구를 해소하고, 피로를 풀고 안정을 취하죠. 욕실은 사용하는 동안은 혼자만의 공간이기에 무엇보다 안정감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해요. 낯선공간에 여행을 와서 혼자 배설과 샤워를 해야해서 마음이 약해지는 이때에 아름답고 조화로운 느낌이 드는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면 충분한 위안과 릴렉스가 될 수 있는 거죠. 욕실이 편안해야 여행이 편안해지는 이유예요. 더불어 욕실은 가장 사치스러운 공간이어야 하죠. 자쿠지나 야외샤워공간처럼 평소 집에서 누리기 어려운 호사를 누릴수 있다면 여행의 품격이 그만큼 올라가는 거겠죠. 그런 이유로 많은 고급 펜션이나 호텔에는 자쿠지가 설치되어 있는 거겠죠.
그래서, 고민했어요. 이전 주인이 공사하다 포기한 자쿠지를 살려야하나, 잠깐 쓰는 자쿠지를 위해 마당의 1/4을 내주어야할까. 자쿠지대신 테이블과 화로를 그자리에 둘까. .자쿠지대신으로 할 수 있는 건 뭘까, 원래 제가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편이거든요. 물건을 살때도 오만가지를 다 살펴보면서도 결국은 가성비를 중심으로 선택을 하는 저니까요. 그런 제가 내릴 결론은 하나죠. 가성비를 생각하면 자쿠지대신 욕조욕실을 이쁘게 만드는게 낫다!
그럼 어떻게 욕실을 이쁘게 만들수 있을까요? 욕실에 식물을 배치하고 야외로 향하는 문을 달고, 고급스러운 변기나 세면기를 달아야할까요?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을만큼 욕실이 작았어요. 작은 욕실에 뭘 더 들여놓겠어요? 타일을 고를 때 작업자분이 그러더라고요. 뭘 골라도 그림이 별로 안나올테니 까다롭게 고르지말아라...이런 취지로요. 실망했죠.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말이었어요. 오기가 났죠. 작아도 이쁜 욕실을 들이고야 말꺼야. 변화를 줄 수 있는건 타일뿐이었어요. 변기도 흰색, 세면기도 흰색일색인 단조로운 욕실비품중에 그나마 타일이 가장 선택폭이 넓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뿔사, 여긴 제주, 섬이었어요. 이쁜 타일들은 모두 육지에 가서 가져와야한다는 걸요. 적어도 일주일은 걸리는 일이었죠. 작업자는 당장 타일을 골라서 가져오라고, 내일이라도 시공해야한다고 보채는데 말이죠.
사실 인테리어 견적을 까다롭게 보느라 예정된 한달이 훌쩍 지나버렸고, 계약한 다음주부터 바로 시공에 들어갔기에 공사도면, 작업일정, 인테리어 컨셉등 아무것도 정하지못하고 바로 현장상황에 대응하면서 공사를 진행해나가느라 이렇게 바로 타일을 골라야할 지 몰랐어요. 타일을 고르는 곳이 제주에 이렇게 많은지도, 그걸 저 혼자 돌아다니며 골라야하는지도요. 흑흑
인테리어 업체인 지인에 있는 타일뿐 아니라 ks타일, 한라타일, 흥도건재, 인터넷등 여기저기를 뒤지며 며칠을 다녔나몰라요. ks타일도 서귀포, 제주시 도 가고, 한라타일도 3번은 갔을 꺼예요. 결국 월요일새벽부터 제주시에 있는 흥도건재 문여는 시간인 7시반에 가서 기웃거리는걸 사장님이 보시고 도와줘서 3시간만에 타일을 모두 고르고 다음날 현장에서 받았죠.
벽면 포인트타일
사실 위의 욕실느낌으로 만들고 싶어서 진한 가로줄무늬타일을 열심히 찾았건만 열흘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없었어요. 간신히 골라놓으면 사이즈가 안맞다. 골이 있어서 물들어가면 하자난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업자분께 퇴짜맞기 일쑤였죠. 저는 작업공정을 모르고 디자인만 보고 고르니 이중검수를 통해 결정해야하는 거죠. 선택여지가 많은게 결코 좋은게 아니더라고요. 다시못할 정도로 타일이라면 충분히 비교하고 구매한거죠
결국 타협하며 고른 타일로 밖거리 거실마감타일로 써서 마감한게 아래 욕실(밖거리)예요.
대신, 안거리에 들어가는 타일에는 힘을 좀 주기로 했어요. 타일가게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국산에 비해 3배이상 비싼 이태리타일을 골랐어요. 여긴 욕조욕실이라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나야하는데, 국산타일은 마땅한게 없더라고요. 이 타일들을 쓴 욕조욕실은 어떻게 마감되었을까요? 사진에서 확인하세요~
싱크대와 가구도 옵션이 다양해서 여러군데 견적을 봤어요. 지인인테리어뿐 아니라, 한샘, 자로젠, 제주청년가구, 타임뱅크까지, 비슷한 조건으로 견적을 봤는데도 가격은 천차만별, 육지보다는 확실히 더 바싸더라고요. 가구는 무거워서 육지에서 화물로 오기도 어려워 대부분 제주 업체를 선택한다고 하더라고요. 디자인, 마감재수준, 선택의 다양성, 가격까지 생각하니 한솔의 스토리보드가 제일 적당했어요. 한솔이라는 대기업에서 만들어서 마감재가 무개감도 있고, 엣지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좋더라고요. 색상이나 재료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친절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것 같았어요.
침대도 새로 짜기로 했어요. 온돌라이프라는 업체에서 특허받아 생산한 온돌구들을 두개 장착하고 나머지 상판은 편백나무로 마감, 서랍장도 두개 달기로 했죠. 그림으로 그려서 상세하게 설명해드렸더니 잘 나온 것 같아요. 싱크대2대, 침대외에 붙박이장, 신발장, 서랍장, 옷장등을 함께 부탁드렸죠. 전체적으로 화이트로 통일하여 벽면과 똑같아보이게 제작해달라고 했어요. 좁은 공간은 색상을 통일해야 그마나 봐줄만해서요.
붙박이외 일반가구와 전자제품도 골랐는데, 냉장고는 키친핏으로 싱크대와 열을 맞추어서 배치하고, 쿠커는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오븐기능을 하나로 담았대서 픽했어요. 전자제품을 고를때도 제주는 배송료가 무시하지못할 수준이었어요.
안거리 현관에는 제주 전통가구 샬레를 당근마켓에서 구입해서 현관입구에다 뒀죠. 현관분위기를 잡는데 한몫하죠. 한옥에 어울리는 복고풍가구점 홈43에서 구입한 와이드책장도 마음에 드는 가구중 하나죠.
정원에 제주석을 깐다고 해서 정원에 대한 고민이 다 끝난건 아니었어요. 기본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채워야죠. 제주오일장, 한림오일장, 동네 꽃집, 에이린의 정원, 제주산림조합, 네이버가게등을 시간날때마다 들락거리며 정원에 심을 초화류를 사다 날랐어요. 정원에 볼만한 꽃들이 너무 없었거든요. 홍가시나무와 소나무정도 외에는 모두 베어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한 수령으로 키우는게 어려워서 일단 보류, 나무들 가지치기만 해주고 나머지는 꽃들로 정원을 매만지기로 했죠. 정말 크지도 않은 정원에 꽃들은 심어도 심어도 끝이 없어보였어요. 시간이 지나야 저절로 꽃씨도 뿌려지고 정원의 주종목이 바뀌는 것을 급하게 서두르는 감이 있었죠.
하지만, 도시민은 정원에 대한 로망이 있는 법이잖아요. 이 집을 봤을때 제일 좋았던건 주변의 숲과 독립적인 마당이 있다는 거여서 자연스레 정원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갔죠. 군데군데 땅이 나눠져있어서 정원에 대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수가 있었어요.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일본정원을 닮은 이끼정원이었는데 이끼의 수분을 늘 촉촉하게 유지할 자신이 없어서 패쓰, 집에서 처치곤란할 정도로 많은 돌을 이용해서 마당을 한번 꾸며보기로 했죠. 돌과 바닥에 깔리는 초록빛나는 지피식물, 그리고 모래를 대신한 마사토정도면 대충 일본정원을 흉내라도 낼 수 있지않을까? 싶었죠.
장날 한림장에 가니 싱싱한 눈향나무가 두그루 주인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아, 저거라면 지피식물을 대신하면서도 잘 죽지않겠다 싶었죠. 당장 업어와서 돌옆에 심었죠. 그리고 기다려보자 누운 향나무가 점점 자라서 바닥을 꽤 많이 초록빛으로 커버하고 돌에도 연륜이 비치면 그럴듯한 그림이 되지않겠어? 했지만, 제 인내심이 그리 길지못했죠.
회색빛 돌이 계속 눈에 걸리던 차에 근처 화원에서 바위솔이 핀 돌을 판다는 소식이 당근에 올라와서 당장 달려가서 데려왔죠. 새로 산 돌을 가운데에 놓고 보니 저도 그렇게 석부작처럼 뭔가 만들수도 잇겠구나...싶더라고요. 돌에다 집돌담에 핀 이끼를 떼다 붙이고 다육이 몇개와 황금세덤을 붙였더니 어설프지만 비슷하게 흉내는 내어 지더라고요. 며칠은 그렇게 보냈어요. 그러다가 다시 정원이 초라해보이는 거예요
아직도 뭔가 허전해요. 다시 근처 화원나들이를 했어요. 거기서 또 눈향나무를 가져와 심었죠
처음 심었던 것 보다 두배는 커서 그럭저럭 만족하고 일주일쯤 보냈나요? 요 정원은 들어오는 입구에 있어서 제일 자주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아직도 뭔가 미완성인 느낌인 거예요.
마사토를 깔고 정원을 완성하려고 했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깔수가 없었어요. 화원에 가서 남천을 사와서 옆에 둬 봤어요. 안어울려요. 너무 튀어요. 같은 계열로 심을려면 소나무나 향나무밖에 없겠더라고요. 음...다시 화원에 갔어요. 주인이 없어서 전화로 사진을 보내주고 가격을 흥정하고 업어와서 배치해봤어요
음...이제 뭔가 아름 다운것 같아요. 마사토를 깔고 빗물과 잔디를 고려해 주변에 물길을 둘러파줬어요. 내친김에 만다빌레와 오색마삭이 있는 쪽도 손을 봤어요. 동네길가에 무리져있던 돌나물을 뜯어와서 심어줬더니 정원이 한결 정리된 느낌이네요. 이제 석분이 깔려진 위로 고운 잔디나 지피식물이 깔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저쪽 잔디정원으로 넘어가볼까요
공사중에 갑자기 고양이 가족이 나타났어요. 전주인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길냥이들에게도 밥을 주곤 했다는데 그 냥이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아 데리고 온거겠죠? 아무튼 어미는 바싹 말라 젖도 안나올것 같은데 딸린 새끼는 3마리라 안쓰러웠어요. 저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않는데, 걔네들을 보면 묶여살아야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요. 먹이에 길들여져서 자유가 저당잡힌 줄도 모르고 살아야한다면 불쌍한거죠? 이런 합리화를 하며 밥주기를 거부하고 있는데 딸은 냉큼 마트로 달려가 캔이랑 사료를 사가지고 와서 매일 밥을 주기 시작하는 거예요. 시간되서 주지않으면 방앞에서 항의하듯 냐옹을 외쳐대는데 언제부터 우리가 집사가 된거지? 싶었죠. 아무튼 딸이 다시 공부하러 올라가면서 부탁해놓은 말에 발목이 잡혀서 먹이를 챙겨주기 시작했더니 이제 집마당이 냥이들 차지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예네들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른답니다. 세놈이 서로 싸우고 장난치고 도망다니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래 새끼들은 저렇게 형제들끼리 어울리며 놀면서 커야하는 거야. 새삼 딸에게 형제를 만들어주지못한 미안함이 올라왔죠
딸 친구가 한명, 며칠뒤에 두명, 그리고 제 친구가 한명, 며칠뒤에 5명 가족을 맞이했어요. 다들 길지않은 시간 머물고 갔지만 소락을 좋아해줬어요. 또 아직 남아있는 불편함과 미쳐 챙기지 못한 미비점들을 알려주는 성의를 보여주기도 했죠. 전신 거울이 없어서 불편하다. 입구에 하나 달아줬음 좋겠다. 부엌쪽 창문에 커튼이 없으니 목욕하고 나오면 바로 보인다.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아줘라, 돌담이 홑담이라 밤에 거실에 불을 켜고 있으면 돌틈사이로 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들여다 보인다. 돌틈을 막아줘라, 화장실의 유리 칸막이가 약한 것 같다. 지지대를 받쳐라, 중문이 잘 안닫기니 손을 봐라, 등등 이들의 예민한 감각덕분에 미비한 점들은 바로 바로 바로 잡았죠. 커튼가게사람이 다녀가고, 유리견적을 보러 오고, 인테리어a/s를 해줬어요. 돌틈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한 친구는 직접 길가에 널려있던 돌나물을 갖고 와서 돌틈을 같이 막아주기도 했지요.
참 훌륭한 아이디어였어요. 돌틈을 진흙으로 막는게 아니라 이렇게 지천으로 흔한 돌나물을 이용해서 돌담구멍을 막을 생각을 해내다니
나물유투버의 저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어요
이렇게 소락은 머무는 게스트들의 불편함과 더 나은 아이디어로 매일 성장하고 있답니다^^
비가 왔어요. 여긴 비가 자주 와요. 제주흙은 비를 오래 품지는 않고, 반나절정도 지나면 모두 빠져나가긴 해요. 그러나 워낙 비가 자주 올때는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걸리곤 하죠
소락에 들어오는 골목은 흙과 약간의 자갈로 되어 있었는데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장화를 신고 걸어야할정도로 골목에 물이 가득 했어요. 골목안쪽에 밭과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농사를 짓는 이웃들은 트럭을 타고 들어가거나 장화를 신고 다녀요. 일반 신발을 신고 조심스레 비를 피해 걸어다니는 사람은 이주민인 저밖에 없을꺼예요. 우리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장화를 신고 오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궁리끝에 자갈을 깔기로 했어요. 트럭 한차분이면 된다기에 그대로 2루배정도 깔아보자, 현장용어로 1루베는 가로세로놓이가 1미터씩인거예요. 주로 자갈이나 돌의 부피를 루배로 표현하곤 하더라고요.
처음에 자갈을 1톤트럭에 싣고 와 달라고 부탁할 때 제 아이디어는 트럭이 골목길에 들어오면 조금씩 자갈을 흘리듯이내리면서 차가 전진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막상 자갈을 싣고 온 트럭은 덤프트럭이었고, 양쪽 바퀴가 툭튀어나와서 골목안으로 진입을 못하는 거에요. 결국 남의집 밭을 둘러서 겨우 들어오긴 했지만, 골목을 지나면서 조금씩 자갈을 떨어뜨린다는 제 게획은 수포로 돌아갔어요. 자갈을 싣고온 운전기사분은 마주편 집앞 공터에 자갈을 모두 부려놓고 가버렸어요. 수레도 없던 저였기에 삽자리 하나를 들고 한삽씩 떠 날라야 했어요.
마주편 집 주인이 보면 싫어할게 뻔했기에 되도록 빨리 자갈을 치워야했어요. 자갈들을 한삽 한삽 떠날라서 골목을 채우는데 이틀이 걸렸어요. 2루베도 모자랐어요. 1/3정도가 채워지지않았던 거죠.
작년에 시작된 테니스앨보가 아직 완치되기 전이라 삽질 몇번에 양쪽 팔이 무척 아팠지만 삽질을 하면서 명상과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면서 통증이 좀 잦아들었어요. 언제 자갈이 다 깔릴까 싶었는데, 그래도 '우공이산'이라 했던가요?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삽질을 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모두 깔리긴 하더라고요. 그러고 며칠을 팔 앓이를 했어요. 평소 무거운것을 그렇게 많이 들지않았지만, 여기 제주에 오면서 계속 '노가다'였어요. 몇번을 이사를 하고, 돌수반같은 무거운 자재를 사다 나르고, 식물을 사고, 땅을 파고 심고, 밭을 갈고, 삽질을 하고 팔다리가 저리고 아팠지만, 근육이 생기려고 준비를 하나보다 했어요. 서울의 머리중심의 삶에서 제주에 와서는 몸중심으로 살아내야 하는 거길래 몸을 길들이는과정의 통증은 당연한 거였겠죠. 그래도 이번엔 통증이 좀 오래갔어요. 팔다리 여기저기에 멍도 들었고요. 통증이 좀 가라앉자 골목길 남은 1/3에도 자갈을 깔아야겠다! 다시 시도했어요
이번에는 트럭준비를 단단히 해서 몸을 좀 덜 고단하게 하자, 많이 알아보고 주문해서인지 트럭이 골목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고, 5차례에 나눠서 자갈을 쏟아주어서 한결 수월하게 자갈을 깔 수 있었어요. 아쟈!!
정원에 가득찬 잡초들을 뽑고 꽃들을 옮겨다 심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화원에 갈때마다 그렇게 사다 심은 화초들은 다들 어디에 간 걸까요. 그리 크지도 않은 마당인데 말에요. 나무가 아니라 잔잔한 초화류로 마당을 꾸미려니 마당에 이미 자리잡은 잡초때문에 쉽지않아요. 일단, 잡초들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이쁜 꽃을 피우지도, 맛난 열매를 맺을 필요도 없으니, 모든 생명력이 개체수를 늘리고 자기 생존에만 집중되어여서 일까요? 도대체 저 잡초의 쓰임새는 어디에 있는 걸까 싶네요. 너무 인간중심적인 생각인가요? 아무튼 이쁜 정원을 꾸미겠다는 제 계획을 수포로 만드는 잡초들을 잡고 마당의 주종목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달성하려면 사다날르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웃이 나눠주는 풀과 꽃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이 동네에서 잘 자라는 것들을 나눔하는 거니까 마당에 자리잡기도 쉽겠죠. 감사하게도 가끔 당근마켓에 초화류를 나눠주겠다는 메시지가 올라와요. 여긴 꽃인심, 식물인심이 좋은 동네거든요. 그것도 차로 10분도 안걸리는 동네에서 얼마전에 제가 몇포기 사다 심었더니 이쁘게 자리잡은 톱풀종류를 나눠주겠다고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냉큼 가서 받아오려고 열심히 차를 몰다가 그만, 진흙탕에 빠져버렸어요. 좁은 골목길같은 곳인데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다가가 길이 더 넓어지지않아서 이건 이상한데? 하던 차에 비내린지 얼마안되어 진흙탕이 되어 버린 곳에 바퀴가 빠져버려 전진도, 후진도 못하고 공회전만 하고 있는 거예요. 마침 차안에 종이 박스가 있어서 뒷바퀴쪽에 끼워넣어보았더니 앞으로 조금 가는 듯 하다가 다시 공회전을 반복하네요. 견인차를 불러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올레꾼 2명이 걷다가 난감한 제 상황을 보고 도와주시겠다고 차를 밀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감사했죠. 부부인듯 한데 남자분이 저대신 운전석에서 후진을 하고 여자분과 제가 차를 밀어서 겨우 겨우 후진을 시키고 있었죠. 그런데 워낙 좁은 길이었는지라, 여 자분이 발을 헛디디셨나봐요. 길은 아래쪽 밭에서 꽤 높이가 있었는데, 어, 어 하다가 그만 굴러 떨어져서 나자빠지신거예요. 그리고 큰 대자로 뻗어버리셨죠. 이를 어째, 내려가지도 못하고 위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는데, 잠시 숨을 돌리시더니 일어나시더라고요. 정갱이쪽이 까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어서 아프셨을 텐데 깡이 있으신듯 했어요. 잠시 안정을 취하시더니 괜찮다고 하시고 다시 두분이 가시던 쪽으로 걸어가시네요. 너무 고맙고 죄송스러운 상황이었어요. 관광객은 아니고 여기 도민으로 제주시에 사신다고 하셨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신지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하시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 버리셨어요. 이렇게 예기치않게 사고가 생기고, 도와주는 분이 나타나고, 다시 그분이 사고를 당하고, 또 툭툭 털고 일어나시고, 아...이게 뭐지? 죄송스럽고 미안했지만, 감사하다는 감정이 더 크게 마음에 남았어요.
꽃을 받을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화단을 정리하면서 너무 번진 꽃들을 뽑아서 이웃들에게 나눠주시는듯한데, 톱풀외에도 국화랑 허브종류등 이것저것을 뽑아 나눠주셨어요. 저뿐 아니라 3분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다른 한분도 저를 따라 들어와서 꽃을 받아가셨어요. 저처럼 정원을 새로 꾸미는 분들인듯 했어요. 이렇게 꽃나눔을 하는 분이 계시다니, 그것도 한두뿌리가 아니라 가지고 간 이마트 장바구니 하나가득 나눠주다니, 감사할 따름이었죠. 오늘은 여러분께 선사받은 도움과 꽃들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한 날이었어요. 저도 이웃분들께 필요한 도움과 나눔을 하게 될 날이 있겠죠?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날이네요
제주도 옛날 집들은 골목안에 있어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은 곳이 많아요. 소락도 그렇죠. 1톤 공사트럭이 겨우겨우 지나갈 정도니까요. 큰 자재를 실은 트럭이 좁은 골목을 통과하기 힘들어 남의 빈땅을 우회해서 들어오다가 바닥에 묻힌 수도관을 건드렸나봐요. 옆집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신다던 이웃집 아무머니가 득달같이 달려왔어요. 남은 땅을 허락도 안받고 통과해서 수도관을 건드리다니 용서할수없다는 기세로 삿대질과 폭언을 하시며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셨어요. 백배사죄했죠. 저희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요. 사실 그 땅주인은 앞집 할머닌데 몇년째 요양원에 들어가계시고 땅을 빌려서 농사지으신다는 분은 어디에 사시는지 몰라서(첨 이사왔으니 어찌 알겠어요) 허락받는다는 걸 놓쳤죠. 욕먹어 싼데도...그래도 심장이 벌렁거렸어요. 아무리 미안하다, 당장 원상복구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해도 사과를 받아주실 마음이 없어 보였어요. 한참을 야단치시더니 몰고오신 트럭을 몰고 바로 가시더라고요. 찾아뵙겠다. 손해난 부분은 변상하겠다해도 연락처도 남기지않으시고.... 그러다가 다음날에 제가 없을때 작업팀장님께 나타나 다시한번 호통을 치고 가셨나봐요. 마음약하신 팀장님이 힘겨운 기색이셨어요. 저보다 한참 키크고 관록도 있으신 남자분이 버거워하실 정도니 앞으로 나는 어찌 이동네에 사나...걱정이 태산이었죠.
시골에 사는 일은 도시에 사는거랑은 전혀 다르다. 옆집사는 이가 누군지 얼굴도 모르고 몇년을 사는 도시생활과 아침먹은 반찬이 뭐였는지가 점심이 되기전에 온동네에 소문이 퍼지는 시골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로 살아야한다는 이야기를 잔뜩 듣고 내려왔지만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이런 일이 닥칠지는 생각도 못했죠. 부랴부랴 공사를 하면 소음이나 골목사용등으로 영향을 받으실 옆집, 앞집, 골목안쪽 하우스농사지으시는 분들, 동네이장님을 찾아뵙고, 떡과 음료수를 돌리고 인사를 드렸죠. 사실 다들 바쁘셔서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좋으신 분들 같았어요. 나중에 공사가 끝나면 다시 찾아 뵙겠노라 인사하고 나왔지만, 앞서 그 아주머니댁은 찾을 수가 없어서 음료수 한병도 못 건네드렸네요. 다행히 공사가 끝날때까지 그분을 다시 마주할 기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전, 갑자기 그분이 대문을 들어오시며 저를 찾는거에요. 옷갈아입다 급하게 뛰어나가봤더니 앞집대문앞에 둔 PVC파이프때문이었어요. 밭정리를 하다가 이전 주인이 버려두고 간 PVC파이프가 몇개있었는데 치우려고 하다가 누군가 당근마켓에 무료로 올려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간다길에 올려놓고 가져가실분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꽤 흐른거예요. 아차, 싶었죠. 말나오기전에 빨리 정리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다행히 그분 태도는 이전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어요. 이번에도 제가 소홀하게 처리한 부분이 있으니 몸을 바싹 엎드렸죠. 커피와 음료수도 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말에요. 그사이에 그래도 아주 낯선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이야기를 받아주시더라고요.
다음에 같이 밥을 먹자, 이름이 뭔지 통성명도 하고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말이죠. 아. 성격이 급하신 분이지 아주 이야기가 안통하는 분은 아니구나, 앞집에서 농사를 지으신다니 자주 얼굴볼사이라 인사잘하고 지내야지, 저도 한결 마음이 놓여서 긴장으로 오그라 들었던 속도 좀 풀어지더라고요. 당장 사람을 불러 PVC파이프를 정리했죠. 돈이 들더라도 빨리 처리해야하는 문제였어요. 낯선 사람이 갑자기 동네에 등장해서, 잘해도 동네사람 입밖에 오르내릴판인데 불편까지 끼쳤으니 오죽하겠어요. 그분들 입장을 한발 앞서 챙겼어야하는데 제 일에만 골몰하느라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댓가를 치른거죠.
다행이었어요. 무섭고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이웃이 그래도 대화가 통할만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날이었어요. 더불어 동네가 한결 안전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방심하고 다시 제 식대로 돌아가서는 안되겠죠? 아직은 서툴고 뭘 모르는 도시 촌*이 이곳 한림에 녹아들려면 앞으로도 여러번의 엎치락 뒤치락이 있겠죠?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조금씩 밀고 당기면서 지내볼래요. 벌써 제주사람 몇분은 알아가는 중이니까요. 누구든 모르면 이방인이고 이해안되는대로 남는거겠죠. 힘들고 때로 불편하더라도 궁금해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볼래요. 저는 제주를 사랑하고, 계속 소락을 가꾸며 살아갈 꺼니까요.
집안에 밭이 있어요. 제 밭은 아니고, 전에 이 집이랑 밭이랑 같이 가지고 계셨던 분인데, 집만 전주인에게 파셨나봐요. 땅문제로 찾아갔더니 채소등은 가꿔서 먹어도 좋다고 허락해주셨어料
밭이 있으니 뭐라도 해야죠. 모종을 사서 심고, 밭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들을 샀죠. 모종을 세울 지지대도 사고, 밭에 물을 줄려면 수도와 긴 호스도 있어야하고, 수도에 붙여 사용해야할 수전이랑 팝업이랑 기타등등 필요한게 많았죠. 그런데 제겐 거의가 처음 사용하거나 조립해보는 거였어요. 하나하나 남의 손을 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유튜브를 봐가며, 네이버를 찾아보기도, 심지어는 AI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그중에서 가장 가깝고 적절한 대답을 줄 사람은 동네건재상 사장님이었어요. 팝업설치부터 톱질하는 문제까지, 이런 저런 기구를 살때마다 계속 물어봤어요, 어쩌겠어요. 여기서는 뭐든지 초보잖아요. 그분이 친절하기도 하셨고요. 그래도 하도 물어보니까 나중에는 그러시더라고요. 우린 판매업이 아니라 판매서비스업을 해야하는 거라고,
하하하 정답!
나중에 서비스값으로 커피한잔 사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죠. 언젠가 저도 민폐 덜 끼치고 바로바로 쓰임새를 알고 척척 농기구나 생활도구들을 조립하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날이 오겠죠?
관리자2023.8.14
집에서 차로 12분정도만 가면 협재, 금릉해변이 나와요. 전에는 바다를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는데, 요즘은 바닷가를 걷는게 습관처럼 되었어요
맨발걷기가 좋다는 말을 듣고 육지에 있을때부터 몸이 안좋을땐 근처 지압공원에 가서 한시간씩 걷고 오곤 했죠. 맨발걷기를 한 날은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잠을 잘 잘수 있더라고요
워낙 오래 앉아서 하는 일을 해 온 터라 고관절과 다리가 늘 경직되어 있어 혈류흐름이 좋지않아서인지 요 몇년사이에 앉았다가 일어나면 한참동안 다리가 저려 바로 걷기가 힘들었어요.
제주에 내려와서 해변 맨발걷기가 건강에 최고라는 말을 듣고 요사이 아침저녁으로 시간날때마다 걷고 있어요.
몸에 있는 양전하가 해변의 음전하와 만나서 중화되면서 활성산소가 없어지고, 염증반응이 줄어드는 어씽(접지)의 효과를 매일 체험하면서
안할수가 없더라고요. 해변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데 말이죠
매일 해변을 걷다가 오늘은 바닷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놀았어요. 맑은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물고기떼를 보는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죠.
내일이 벌써 8.15네요. 바닷물이 차가워지기전에 내일은 수영복을 가져와서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놀아야겠어요. 생각만 해도 신이 나네요.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제주에 사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려야겠어요~~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그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여길 잘 들어오지 못했네요.. 요 앞의 글이 어씽하는 내용이었죠? 8월에는 정말 열심히 했죠. 아침, 저녁으로, 주로 협재나 곽지해수욕장에서 수퍼어씽을 했어요. 그러다가 과유불급이라 혰던가요? 그만 협재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걷다가 발밑을 보지 못해서 꽈당....
돌뿌리에 발가락이 걸려서 다리가 접질러졌나..했더니 아픔이 가라앉질 않아서 결국 오후에 병원에 갔더니 발가락에 금이갔다지 뭐에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답니당..4주동안 할것!을 명^^받았는데 너무 답답하여 2주만에 풀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살살 다녔죠. 아뭍튼 한달이상은 뻐근한 고통에서 벗어날수 없었어요
그뒤로 두려움과 귀차니즘때문에 지금까지 어씽을 멀리하고 있다능...안타까운 사실을 고백합니다.. .
저도 몰랐어요. 이런게 달릴줄은...
작두콩이예요. 시장에서 사서 밥지을때 넣어만 봤지 실제로 크는걸 본적이 없는지라, 제가 직접 모종을 사서 심기는 했지만 한참을 자라서 제 팔뚝만한게 달릴때까지만 해도 이게 작두콩일까?
의심반이었죠. 지인이 보고는 차를 만들어먹을려면 지금 따야된다고 알려줘서 오른쪽이 실제 콩크긴데 기럭지가 무슨... 오이만하죠? 깜짝 놀랐어요. 이게 차가 된다고? 콩이 다 익기전에 따서 썰어서 볶아야한다기에 얼른 땄어요. 7-8개정도는 되었던 것 같아요.
단단하게 여문 콩을 잘랐더니 이렇게 가운데 다 크지않은 콩이 박혀있는 모습이 나오죠? 에이프라이어에 말리듯이 수분을 증발시키고 후라이팬에 달달 볶아서 한김 식혔다가 물을 붓고 차를 우려내봤어요.
보기엔 이렇지만, 실제 맛은?
우와....이렇게 고소할수가...혼자서 감탄하다 언니랑 지인이랑 오면 한잔씩 끓여내죠. 참 잘했어요! 요런 말을 듣고잡아서 말예요. ㅎ ㅎ
작두콩차를 처음으로 재배하고 볶아서 식용으로 만든 날이 9월초의 어느날? 이었죠. 뿌듯한 감동이 밀려들었던 순간이었어요. 그 감동은 지금도 차를 마실때마다 계속 된답니다~~쭈욱^^
리모델링이 6월중순까지 계속 되었던 터라 여름 채소는 곧이은 장맛비에 제대로 영글지 못했죠.
그래서 9월초가 되자마자 가을채소 모종을 사다 심었어요. 여름내 우거져서 허리춤까지 오던 풀을 뽑아내고 퇴비를 뿌려 밭을 만들고
시장에서 모종도 사고, 제가 다니던 제주농업기술센터에서 나눠준 모종도 함께 심었더니 채마밭의 채소가 빼곡하니 들어찼어요
물도 열심히 주고 ...참, 물값이 다른 것에 비해 싸긴 하지만, 덕분에 지난 달에 비해 수도세가 3배나 나왔더라능..에휴
채소는 무럭무럭 자라줘서 한달이 지나자 이렇게 따먹을 만큼 됐어요
상추에 고추, 오른쪽은 피자위에 많이 올려먹는 루꼴라예요. 제주모종가계에는 안팔기에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심었어요. 루꼴라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입안을 가득 채울때의 만족감이란...
안먹어보믄 몰라여..이런 야채들을 매일 매일, 그것도 양껏 먹을 수 있다니, 그것도 집바로 옆에 채마밭을 두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호사를 누리다니
제주에 내려와서 맛본 큰 즐거움중의 하나랍니다. 쓰읍~~입밖으로 흘러내린 침을 불러모으는 소리^^
가끔은 게스트분들 밥상으로도 올라갈 야채들이겠지요?
웬 중장비냐고요? 밭일 안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밭가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돌들 때문에 삽도 잘 안들어가고 호미로 매다가는 하세월인데다가 벌레들한테 물어뜯기기 일쑤고
내년에는 제대로 밭일좀 해야지, 그렇다면? 포크레인은 기본이것다 생각하고 교육장으로 갔죠. 제주는 농사짓는데 혜택이 참 많아요. 아니 농촌지역이라면 다 그런가요? 아무튼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교육도 공짜, 모종도 공짜, 원예작물들도 공짜로 나눠주는 경우가 많으니 안배우면 바보라는 생각이죠, 요기와 연관해서 농기계교육은 이틀 종일하는데 인기가 많아서
적어도 한달전에 마감된답니다. 여기도 신청후 혹 마음이 변해서 교육에 못올거면 다른 대기자를 위해 꼭 연락해달라는 문자를 몇번이나 받았는지 몰라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배울 기회를 기
다리고 있던 귀한 교육이었답니다. 교육하는 기계는 트랙터아 포크레인이에요. 트렉터는 앞에 웬만한 농기계를 다 부착시킬수있어서 농사짓는 분들에겐 필수품이고 포크레인도 쓰임새가 많아
서 주로 이 두기계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어요. 거기다 다른 자잘한 기계까지 이틀안에 해야하니 제가 원하는 포크레인을 다룰 시간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어요. 저같은 기계치는 적어도 100
시간은 해봐야 겨우 아 이게 포크구나...그럼 레인은 어딨지? 정도 감을 잡는데 달랑 4시간이라니...
그래서..교육이 끝나고 살짝 보관실에 달려가서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고 흙도 파고 후진, 전진을 반복하는데 이거 이거 잼 나더라고요. 뭐 장난감 갖기도 하고요. 오른팔 들어, 왼팔내려
제자리걸음, 허리돌리고..이런 식으로 ㅎ ㅎ 한참을 가지고 놀아야지,,야무진 생각을 하는데,
마침 그때가 명절 전날이었다능...근무자분들이 왔다갔다하시는데 빨리 퇴근하려 하시는것 같은거예요. 눈치가 빤하니 바로 깨깽하고 땅으로 내려왔죠
혼자 이래 노는걸 보신 교관님이 11월에 특별교육있으니 신청하라고 헤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
지금껏 못가고 있답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새로운 일들...꼬꼬새가 물어서요ㅠㅠ
웬 노숙자같은 모습이냐고요? 드디어 드럼통난로가 도착했지않았겠어요? 여름내 베이낸 풀들이 담장안쪽으로 쌓이고 쌓여서 밭면적을 줄이고 있기에 안돼겠다, 저 풀들과 잘라낸 나무들을 다 재로 만들어주마 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드럼통이예요. 불을 때는 동안 자리를 뜨면 안되겠기에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려고 부르스타갖다놓고 놀고 있는 장면예요그래도 라면에는 오징어, 새우, 전복까지 들어간 제대로 해물라면이었고요!!
근데 조심해야겟더라고요. 같이 놀던 친구가 자칫 '미나리'찍을뻔 했대서 가슴을 쓸어내렸어요(주석. 미나리영화 말미에 할머니가 밭에 불피우다 집까지 태워버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돌담주위에 쌓여있는 마른 나무와 풀들에 불이 붙기라도 하면....안돼져....안전조치 마무리할 때까지 불놀이는 나중으로 미루는 걸로!
요 풀이름. 내내 궁금했었는데 며칠전에야 알았어요. 청갓! 보통 김장김치 담글때 들어가는거 말예요. 요런게 밭에 빼곡이 들어찬 거예요. 제가 뿌린 적도, 심은 적도 없는데. .
아무래도 먹는 종류같아서 뽑아내기엔 얘네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냥 뒀더니 밭이랑에도, 고랑에도, 채소들 사이에도 너무 많아진 거예요
이름을 확실히 알아내고 나니 이제 처리! 해야지 싶더라고요. 당근마켓에 광고했죠. 좋아하시는 분이 있으면 뽑아가시라고...생각보다 대박이었어요. 하룻만에 6~7분이 뽑아가겠다고
댓글을 다신 거옜어요. 제일 먼저 오신 분이 근처사시는 이주민 아저씨였는데 친절하게도 먹는 방법을 가르켜주셔서 된장고추장마늘넣고 겉절이해봤죠. 와 우 이렇게 맛잇을 수가..
천덕꾸러기 푸성귀가 귀한 약초로 둔갑하는 순간이었죠. 그뒤로 매일같이 다른 야채들과 같이 캐내서 무쳐먹고 쌈싸먹고, 지인들한테 나눠드리는 야채속에도 꼭 집어넣었더랬죠
귀한 거니까. 어떤 모녀분은 출근하기전 아침 7시에 와서 캐가시기도 했어요. 이런 저런 말을 섞다가 커피한잔 하시라고 방으로 초대했더니 돌집운치가 너무 좋다시며 창가 자리를 떠니질
않으시네요. ㅎ 도시민들에겐 이런 돌집이 로망이긴 하죠. 그분들도 몇해전에 제주가 좋아서 오신 이주민들이셨거든요. 주말이면 오름가는게 취미가 되셨다며 제주살이의 즐거움을
나눠주시기도 했죠. 언젠가는 같이 오름을 오르며 더 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것 같아요.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대문이 낮아서 운치는 있지만 사생활 보호가 안되서 손보는 김에 제대로 대문을 해 달고 있어요. 문틀에 페인트도 칠하고 틈새를 돌담으로 쌓아서 막기도 했구요
담외벽의 크랙은 비새기전에 미리미리 막구요, 시골집은 손볼게 많네요. 함께 일하는 목수님 도움받아 이것 저것 배우며 수리중이예요.
페인트, 방수, 돌담쌓기 ㅎ 집수리 전문가로 입문중이네요